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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나의 인생 2막은 1인 6역 무대’ 퇴직 교사 김혜경 씨


 

은퇴 후 삶을 제2인생 이라고 부른다. 착실히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 ‘일단 쉬고, 그 뒤에 생각하자’는 부류도 많다.

 

<제3회 경상남도 중장년 인생 2막 성공 수기 공모전>에서 ‘나의 인생 2막, 1인 6역 무대에 서다’로 장려상을 받은 퇴직 교사 김혜경 씨도 처음엔 그랬다. 그의 스토리를 들었다.

 

<출처 : 경남공감, 글 박정희 사진 유근종>

 


 

33년간 집 학교만 알던 진주 삼현여중 음악 교사

 

“저도 제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집과 학교만 오가면서 33년을 살았으니까요.”

 

날 좋은 날, 진주시 금산면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은퇴 후 자신이 그렇게 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1986년 진주 삼현여중 음악 교사로 부임했다. 성악(소프라노) 전공이라 40대까지는 더러 무대에도 서고, 오페라 공연도 했지만 40대 이후부터는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2019년 명예퇴직 후 다양한 사회활동 눈 떠

 

그는 33년간 삼현여중 한 곳에서만 교편을 잡았고, 2019년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후엔 여행 다니며 ‘우아하게’ 살리라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딱 1년은 그렇게 우아했다. 코로나19로 여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도 있었으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봉사’ 욕구가 솟구쳤다. 시작은 ‘한국어 봉사’였다.

 

“외국인노동자가 많이 찾는 교회를 통해 캄보디아 여성에게 2년간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제가 가르친다기보다 세상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마치 사회초년생이 된 것 같았죠.”

 

새로움과 익숙하지 않음에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며 재미있었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던 그는 정보를 찾아 진주시청 홈페이지를 자주 드나들었다.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늘 품고 살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다닐 줄 ‘정말’ 몰랐다.

 


 

 

하우스어텐던트, 성폭력 예방 강사 등 6개 활동

 

먼저 ‘하우스어텐던트’가 됐다. 말 그대로 공연장 안내원 역할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그의 열정 덕에 합격했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대학생들과 똑같이 유니폼을 입고 공연장을 정리하며, 관객을 맞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공연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진주성폭력상담소에서 200시간 넘게 교육을 받고 성폭력 예방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세상을 참 몰랐구나, 교편 잡고 있을 때 이런 것을 알았더라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길잡이가 됐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초·중·고 등 강의 의뢰가 있을 때마다 달려간다. 지난해 5월엔 진주YMCA를 통해 녹색소비 교육도 받고 강사 타이틀도 땄다. 환경 공부를 하며 세상 보는 눈도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름도 어려운 ‘퍼실리테이터’에도 도전했다. 농어촌 개발 프로젝트 사업을 시행하기 전 마을 자원발굴과 주민 의견을 들어 개발 사전작업을 하는 일이었는데, 흥미롭고 의미도 있었다.

 

올해엔 진주교육청 소속 ‘관계 회복지원단’으로 위촉돼 위기 학급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내친김에 신중년에게도 도움이 되고파 진주시에서 추진하는 ‘신중년 리포터 전문강사 양성과정’에도 지원해 선발됐다. 블로그 작성과 인스타그램 제작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도전하면 인생이 행복합니다”

 

탁상달력을 보여달라고 했다. 지저분하다며 살짝 보여준다. 바뀐 일정, 새로운 일정이 빼곡하다. 교육에, 강의에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건강 관리를 위해 요새는 수영도 배웁니다. 이제 겨우 61세잖아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공감한답니다. 은퇴자분들에게 한마디요? 아유 제가 뭐 잘났다고요. 그래도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혹시 아직도 ‘내가 이 나이에 뭘 더 배워, 그게 쉽겠어?’라며 미루고 망설이시나요? 그게 무엇이든 일단 도전해 보세요. 인생이 달라집니다. 도전하면 제2인생이 훨씬 행복해진답니다.”

 

  


 

[사람에 반하다]‘나의 인생 2막은 1인 6역 무대’ 퇴직 교사 김혜경 씨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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